권리구제 위해 길어진 분쟁…재판소원법의 명암

3월 12일부터 형이 확정된 범죄자도 헌법재판소에 권리구제를 청구할 수 있다. 이른바 사법개혁 3법(▲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개정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개정「헌법재판소법」▲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개정「법원조직법」)이 공포되고 재판소원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기존 헌법소원 심판 대상에서 제외됐던 법원의 재판에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시행 후 이틀간 접수된 재판소원 심판청구 사건은 총 36건이며 연간 1만~1만 5,000건의 재판소원이 접수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접수된 헌법소원 사건 약 3,000건의 3~5배 수준이다. 재판소원법은 법원의 심급제도로 구제받기 어려운 재판절차에서 발생하는 기본권 침해 등의 경우에 헌법소원을 허용해 기본권 보장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권리구제 수단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재판소원법이 본래 취지와는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으로 사실상 4심제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대법원의 판결이 확정된 이후에도 다시 법적 다툼이 이어진다면 최종 분쟁 종결 시점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법적 안정성을 저해할 뿐 아니라 승소한 당사자에게도 또 다른 시간적·경제적 부담을 안길 수 있다. 또한 사건이 대거 몰릴 경우 정작 중대한 사건의 심리가 지연될 수 있다. 이에 헌재는 사건 폭증에 대비해 사전심사를 강화하겠다는 태도를 보였지만 헌재가 업무량을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실제 재판소원 접수 건 중에는 공갈·협박과 성범죄 등 강력범죄자들도 포함돼 있어 피해자를 또다시 법정에 내몰아 고통을 겪게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헌재가 이 같은 사건을 각하·기각하더라도 피해자들은 그전까지 다시 법적 분쟁에 휘말려야 한다. 이러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엄격한 사전심사를 통해 재판소원 대상을 선별해야 하며 사전심사 기준을 명확히 정해야 한다.
재판소원법의 핵심은 기본권 보호와 사법 안정성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 것인가에 달려 있다. 국민의 권리를 더 두텁게 보호하는 수단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불복 사건이 헌법 문제로 이어진다면 이는 권리구제 장치가 아니라 소송의 연장선으로 변질될 수 있다. 따라서 헌법적 판단이 필요한 사건에 한해 신중히 운용돼야 하며 엄격한 심사 기준과 제도적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재판소원은 또 하나의 재판이 아니라 사법이 놓친 기본권을 마지막으로 바로잡는 장치로서 기능해야 할 것이다.
<사회문화란 송시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