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동결 기조 막 내려…인상 본격화
등록금 인상과 결부된 교육물가 상승…단순 비용 증가 아냐

최근 국내 대학 등록금 인상이 다시금 논의되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오랜 기간 동결됐던 등록금이 인상 국면에 들어서자 단순히 학비 문제를 넘어 ‘교육물가 상승’이라는 더 큰 흐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등록금 인상은 개인의 지출 증가에 그치지 않고 교육 전반의 비용 구조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교육물가란 등록금·교재비·학원비·과외비·교육 관련 주거비 등 교육을 받기 위해 필요한 전반적인 비용의 가격 수준과 그 변화를 나타내는 수치이다. 지난해 교육물가 상승률은 2.3%로 2010년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4년제 사립대학 중 70%가 등록금 인상을 감행하면서 교육물가 상승을 부추겼다는 판단이 대다수이다. 올해도 전국 4년제 대학 중 66%가 등록금을 인상했다.
현행 「고등교육법」 제11조 제10항 및 제11항에 따라 각 대학은 등록금 인상률이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2배를 초과해서는 안 되며 각 대학이 이를 초과해 인상한 경우 교육부 장관은 해당 대학에 행정적·재정적 제재 등 불이익을 줄 수 있다. 지난해 국회가 이러한 상한선을 기존 물가상승률의 1.5배에서 1.2배로 낮춰 재조정한 바 있다. 여기에 정부가 국가장학금 등 재정 지원 사업을 등록금 동결 여부와 연계하면서 대다수 대학이 등록금 인상을 자제해 왔다. 그러나 최근 대학들은 이러한 상한선이 폐지돼야 하며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2년 ‘반값 등록금’ 운동 이후 대다수 대학은 정부의 등록금 동결 유도에 동참했으나 지난해부터 더는 재정 위기를 버틸 수 없다며 등록금 인상을 선언했다.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구조적인 재정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먼저 인건비와 시설 유지비 등 운영 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대학은 ▲교수진 확보 ▲연구 환경 개선 ▲교육 인프라 유지 등을 위해 상당한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이하 ‘사총협’) 관계자는 "대학 운영 비용은 물가 상승과 함께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등록금은 17년 가까이 사실상 묶여 있는 상황이다. 재정 구조상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사립대는 교육과 연구 투자 여력이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기에 학령인구 감소라는 문제까지 겹치면서 대학의 재정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신입생 충원율 하락은 곧 등록금 수입 감소로 이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등록금 동결을 장기간 감행해 왔던 대학의 재정 상황은 계속해서 악화됐다. 대학 입장에서는 이를 보전하기 위한 방안으로 등록금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또한 최근 정부가 등록금 동결에 대한 재논의를 시작하면서 대학들이 가격 조정에 나설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됐다.
정부도 이러한 대학의 현실에 발맞춰 대학 등록금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간 유지해 온 등록금 동결 기조에 변화를 시사한 것이다. 교육부는 그동안 대학에 국가장학금을 지원했으며 등록금을 올리는 대학을 상대로는 해당 지원금을 줄이는 방식으로 국가장학금 제도와 등록금 제도를 연계해 왔다. 교육부는 “규제 완화란 등록금 상한 폐지나 완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장학금과 등록금 동결 연계 제도 등을 중심으로 재검토하는 취지로 이해하고 있다. 법정 인상 상한과 등록금심의위원회 절차 등 기본 제도는 유지하되 그 외 부수적 규제는 최소화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정부도 쉽사리 등록금 인상 규제를 완화하기는 어렵다. 등록금 인상이 단순히 학비 상승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등록금은 교육비의 중심축 역할을 하므로 다른 교육 관련 비용에도 영향을 미친다. 직접적인 비용 측면에서 보면 등록금 인상과 함께 교재비·실습비·각종 수강료 등이 동반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실험·실습이 많은 전공의 경우 추가 비용 부담이 더욱 크게 나타난다. 간접적인 비용 측면에서도 영향은 확대된다. 대학 교육과 연계된 사교육 시장까지 영향받게 되는 것이다. 취업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면서 학생들은 자격증 취득이나 어학 능력 향상을 위해 학원과 온라인 강의를 이용한다. 이때 전반적인 교육비 상승 분위기는 이러한 비용에도 반영된다. 실제 지난해 학원비를 비롯한 기타 교육비도 덩달아 상승했다. 이러닝(E-러닝) 이용료(9.4%)·가정학습지(4.4%)·운동학원비(4.3%)·취업학원비(3.2%)·성인학원 및 기타교육(2.3%)·학원 및 보습교육(2.2%) 등의 항목이 평균 물가상승률인 2.1%보다 높게 상승했다. 또한 기숙사비나 월세와 같은 주거비 부담 역시 교육비의 일부로 작용하면서 학생들의 전체적인 생활비를 끌어올린다. 결과적으로 등록금 인상은 ‘교육을 받기 위해 필요한 총비용’을 전반적으로 상승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것이 앞서 언급한 교육물가 상승의 현황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다.
등록금 인상은 단순한 사회 문제가 아니라 여러 당사자와 교육 시스템 전반의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이기에 오로지 비용 문제로 한정할 수는 없다. 대학 측에서는 재정난 극복과 교육 인프라 유지를 위해서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지만 학생 측에서는 심리적·재정적 부담 완화와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위해 등록금 인상을 감행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이러한 복합적인 사회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는 「고등교육법」에 규정된 등록금 인상 상한선을 직접적으로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장학금 지원 확대 및 교육 인프라 유지비 지원 등의 방안을 통해 대학이 등록금을 급격하게 올리지 않고도 재정 안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대체 방안이 대학과 학생 양측이 모두 상생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또한 등록금 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장기적인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교육은 개인의 미래뿐만 아니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등록금 인상이 불러오는 교육물가 상승을 단순한 비용 증가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교육 현장의 발전과 교육의 공공성이라는 종합적인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선택이 미래 세대의 교육 기회를 결정짓기에 보다 신중하고 책임 있는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사회문화란 김수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