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와 채권자의 상생을 위한「채무자회생법」
회생과 책임의 균형을 위해「채무자회생법」이 나아가야 할 길은?

법지 박상욱 변호사님께서 관련 분야를 담당하시게 된 계기와 주요 업무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박상욱 변호사 대학 재학 시절 경제학을 전공하며 가계 부채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빚의 대물림에 따른 불평등 심화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변호사 자격 취득 후 경제 및 경영 분야에 종사하는 지인들의 소개로 법인과 개인의 회생 및 파산 사건을 수임하기 시작하였으며 이를 계기로 도산법 분야에 입문했습니다. 이후 법원의 실무 과정을 직접 수행하고자 전임 회생 위원직에 지원해 수원회생법원에서 개인회생 사건을 전담하였고 현재는 변호사 업무에 복귀하여 서울회생법원의 개인 파산관재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법 변호사님께서 담당하셨던 사건 중 기억에 남는 사례는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박 3년 전 진행했던 한 병원의 회생 사건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병원은 의사·간호사·일반 직원 등 소속 직원의 형태가 다양하고 의약품 및 의료 자재 관련 거래 업체도 다수에 달해 회생절차 진행 과정에서 수시로 돌발 상황이 발생합니다. 위 사건에 관해 법원 조사위원의 조사 결과를 반영하여 회생계획안을 수립했지만 추정된 영업수익만으로는 변제율이 저조해 채권자의 동의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이에 실무상 적용 사례가 드문 ‘청산형 회생계획안'을 작성하며 인가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끝내 최대 채권자 1명의 동의를 받지 못해 절차가 폐지됐습니다. 위 사건이 개인적으로는 고충이 컸고 결과도 아쉬웠지만 한편으로는 수시로 발생하는 각종 변수에 대응하며 채권자를 비롯한 여러 이해관계인의 입장을 조율하고 합의점을 도출하는 도산 사건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법 「채무자회생법」제562조 제2항은 검사·파산관재인 또는 면책의 효력을 받을 파산채권자가 면책신청에 관해 법원에 이의를 신청할 때에는 동법 제564조 제1항 각호의 면책불허가사유를 소명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때 이의 신청을 한 채권자가 면책불허가사유를 충분히 소명하지 못한 경우 활용할 수 있는 다른 법적 구제수단이 존재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박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해 보유한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므로 채권자가 채무자의 면책불허가사유를 충분히 소명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합니다. 채권자의 이의 제기에도 불구하고 채무자에게 면책 결정이 내려질 경우 채권자는 해당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를 제기할 수 있으나 항고 절차에서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채권자가 채무자를 사기파산죄나 과태파산죄 등으로 형사 고소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으나 형사 처벌은 면책불허가사유의 소명보다 훨씬 엄격한 수준의 증명을 요하므로 실질적인 성공 확률은 낮습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채권자로서는 파산 절차 진행 과정에서 파산관재인에게 면책불허가사유로 의심되는 단서를 제보하고 이를 통해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대응 방안입니다. 파산관재인은 채무자의 재산을 관리할 뿐만 아니라 면책불허가사유의 존부 또한 조사하므로 채권자의 이의가 타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채무자에게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거나 사실조회 신청 및 금융정보제공명령 신청 등을 통해 직접 증거를 확보하여 조사하기 때문입니다.
법 「채무자회생법」제58조 제2항 제2호는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는 경우 채무자의 재산에 대해 앞서 행한 회생채권 또는 회생 담보권에 기한 강제집행 등을 중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때 ‘앞서 행한 강제집행’이란 진행 중인 강제집행만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미 완료되어 배당까지 종결된 경우도 포함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박 「채무자회생법」제58조 제2항 제2호의 ‘앞서 행한 강제집행’은 개시결정 당시 진행 중인 절차만을 의미합니다. 이미 배당절차가 종결되어 강제집행이 완료되었다면 이를 소급하여 중지시키거나 무효로 할 수 없습니다.
법 「채무자회생법」제566조는 면책 결정이 확정된 경우 파산채권자에 대한 채무에 관하여 그 책임이 면제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면책 결정 이후 채무자가 새롭게 취득한 재산이나 소득에 대해 면책 전 채권자가 이를 근거로 다시 변제를 요구하거나 강제집행을 신청할 수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박 면책 결정이 확정되면 채무자는 파산채권에 대한 책임이 면제됩니다. 따라서 채권자는 이미 면책된 채권을 근거로 채무자의 소득이나 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신청할 수 없습니다. 다만 조세·벌금·과료·고의의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금이나 임금과 퇴직금 등 청구권에 대해서는 채무자의 책임이 면제되지 않으므로 해당 청구권을 보유한 채권자는 면책 결정 후에도 채무자가 신규 취득한 재산이나 소득에 대해 강제집행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실무상 채권자가 파산채권에 관하여 채무자를 사기죄로 고소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는데 이는 채무자가 사기죄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관련 채권이 고의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성격을 겸하게 되어 비면책채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법 올해 3월 서울회생법원은 동성제약회생과 관련하여 회생계획안의 수행 가능성과 청산가치 보장을 인정하고 높은 채권자 동의율을 바탕으로 강제인가를 인용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법원이 회생계획안이 청산가치 보장과 수행 가능성을 충족한다고 판단할 때 고려하는 주요 요소들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박 청산가치 보장이란 회생계획에 따른 총변제액의 현재가치가 채무자가 파산했을 때 채권자들이 배당받는 금액보다 커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회생절차는 채무자가 향후 10년간 얻게 될 미래소득으로 채권자에게 변제하는 것이 당장의 파산절차를 통해 변제하는 것보다 채권자들에게 유리하다는 전제하에 진행됩니다. 법원은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할 때 공인회계사를 조사위원으로 선임하여 그들로 하여금 채무자의 자산 및 부채 현황·사업의 지속가능성 및 사업계획·향후 10년간 매출 및 수익 추정의 객관성·부인권 대상행위 유무·자산 매각 및 투자유치계획의 현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하게 합니다. 법원은 위 조사보고서를 바탕으로 추정 손익계산서·추정 자금수지표·자산 처분계획표를 면밀히 검토해 변제자금 조달 가능성을 평가하고 매출 추정의 근거와 시장환경·거시경제 변수 및 회사의 기술력·인력·경영능력을 종합해 사업계획의 현실성을 판단합니다. 아울러 영업현금흐름에 기초한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은지를 비교해 존속 필요성을 확인합니다. 법원은 M&A·외부차입·증자 등 추가 자금조달방안의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을 검토하며 이미 자금이 확보된 경우 수행가능성을 높게 평가합니다. 이러한 요소를 보수적 관점으로 판단해 청산가치 보장 원칙이 충족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될 경우 회생절차를 폐지합니다.
법 2016년 헌법재판소는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에 대한 재항고시 보증금 공탁을 요구하는 제도가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렇다면 국내 회생절차에서 이러한 공탁 제도의 적용 과정과 이때 채무자와 채권자 양측의 주요 쟁점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박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에 불복하기 위해서는「채무자회생법」제247조 제4항에 따라 채권 총액의 20분의 1 범위 내에서 법원이 지정하는 금액을 현금으로 공탁해야 합니다. 채무자 측은 해당 현금 공탁 규정이 자금난에 직면한 채무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며 재판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침해한다고 주장하지만 채권자 측에서 공탁금 제도는 채무자가 절차 지연을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항고하는 행위를 억제함으로써 채권자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실익이 있습니다. 회생절차 폐지 결정이 확정될 경우 채권자는 강제집행을 비롯한 개별적인 권리 행사가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법 독일은 회사가 만기에 채무를 변제하지 못한 경우 3주 내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위한 신청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하며 해당 의무를 위반한 이사는 손해배상 및 형사책임을 부담합니다. 한편 우리나라의「채무자회생법」제34조는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할 수 있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의무로 두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기업회생절차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간극이 존재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박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의무화할 경우 도산 위기 초기 단계에서 채무자 자산의 일탈을 차단하고 채권자들의 개별적 강제집행을 억제할 수 있어 전체 채권자의 이익을 더욱 적극적으로 보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채무자는 일시적인 경영 위기 상황에서도 반드시 회생 신청을 이행해야 하므로 경영권에 상당한 제약이 따를 것으로 판단됩니다. 한편 회생절차 개시 신청 여부를 회사의 임의적 판단에 위임할 경우 경영권은 강하게 보장할 수 있지만 최적의 시기를 일실하고 사후적으로 신청하는 사례가 빈번하여 채권자 보호가 미흡해질 뿐만 아니라 회생 성공률 또한 저하되는 문제가 수반됩니다.
법 미국의 파산법에 따르면 파산보호절차가 진행 중일 때 대출을 한 은행들은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해 채권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회생절차에서 법원의 허가를 받아 조달된 신규 자금은 공익채권으로 취급되거나 다른 공익채권보다 우선 변제될 수 있는 유사 제도가 존재합니다. 이러한 경우 금융권 외 일반 채권자들의 권리는 어떤 방식으로 보호되는지 알고 싶습니다.
박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법원은 채무자의 재무 활동 중 일부를 허가 사항으로 규정하여 사전에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조치합니다. 신규 자금 차입은 이에 해당하며 법원은 회생절차의 완수를 위해 채무자의 자금 차입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며 부득이한 상황에 한하여 그 필요성을 엄격히 심사한 뒤 이를 허가합니다. 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채무자는 대부분 유동성 부족 문제에 직면하며 이로 인해 거래처 대금 결제가 지연되어 영업이 위축되는 악순환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러나 신규 자금 차입을 통해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고 영업을 정상화하여 회생에 성공한다면 일반 채권자들 역시 향후 변제를 받을 가능성이 확보되므로 신규 자금의 차입이 반드시 일반 채권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법 대법원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2023년 개인회생 사건은 12만 1,017건으로 전년 대비 약 35% 급증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 중 특히 20·30대 비중이 높고 상당수가 주식·가상화폐 투자 손실로 인한 채무로 분석됩니다.「채무자회생법」이 불운하지만 성실한 채무자의 재기를 지원하는 데 목적이 있음을 고려할 때 사행성 투자로 인한 채무 증가가 동법에서 규정하는 면책불허가사유나 변제금 산정 과정에서 어떻게 평가되는지 묻고 싶습니다.
박 개인회생절차의 경우 과거에는 주식이나 가상화폐 투자 손실금을 채무자의 청산가치에 산입하여 간접적으로 변제액 증액을 유도하였으나 최근 서울회생법원은 투자 손실금을 청산가치에 반영하지 않도록 실무 준칙을 제정함으로써 투자 손실 자체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다만 채무자는 투자 및 손실 내역을 상세히 소명해야 합니다. 만약 불성실하게 소명하거나 투자 실패를 가장하여 자산을 은닉한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법원은 여전히 이를 청산가치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개인파산 절차에서도 투자 손실 관련 채무를 즉시 면책불허가사유로 단정하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투자 자금의 출처와 투자 규모 및 채무 발생 시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낭비나 도박에 준하는 사행성 투자로 판단될 경우 이를 면책불허가사유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법 중소벤처기업부와 법원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금융지원 종료와 고금리 기조가 맞물리면서 2023년 법인의 파산 신청 수는 1,657건으로 전년 대비 65% 이상 폭증했으며 특히 자금력이 부족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도산 비율이 압도적입니다.「채무자회생법」은 중소기업을 위한 간이회생제도를 명시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인가율이나 회생 성공률은 여전히 저조한 편입니다. 일반 법인회생과 비교했을 때 간이회생제도가 가지는 실무적인 맹점은 무엇이며 소규모 영업자의 신속한 시장 복귀를 위해 법률적으로 어떤 보완이 필요한지 궁금합니다.
박 간이 회생은 일반 회생에 비해 간소화된 절차로 진행되지만 높은 예납금 부담과 채권자들의 낮은 동의율은 여전히 회생절차의 완수를 저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또한 회생절차는 일반 민사소송과 다른 법리가 적용될 뿐만 아니라 기업가치평가 등의 특수 절차가 요구되므로 당사자가 독자적으로 수행하기에 어렵습니다. 따라서 소규모 사업자를 대상으로 예납금을 추가 인하하고 회생 전문가의 조력을 적시에 받을 수 있도록 공적 지원 체계를 확대해야 합니다. 채권자들은 소규모 기업의 회생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판단해 회생계획안에 동의하지 않는 사례가 빈번하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법원은 강제인가 결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법 근면한 채무자의 경제적 재기와 채권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채무자회생법」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박 도산 절차는 채무자의 회생을 도모함과 동시에 채권자의 권리를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제도이며 이와 같은 상반된 이해관계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확보하는 것이 절차 운영에 매우 중요합니다. 채무자가 과도한 채무 부담과 사회적 낙인효과로 인해 경제활동을 포기할 경우 이는 세수 감소 및 복지 비용 증대라는 사회적 손실로 귀결됩니다. 따라서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는 엄격히 경계하되 성실한 채무자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과감한 면책을 부여함으로써 조속한 경제적 재기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운영해야 합니다. 도산 절차 내에서 채무자의 자산·부채 및 소득을 정밀하게 평가해 실질적 변제 능력 범위 내에서 책임을 이행하도록 하고 채무자의 생계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소득과 재산을 반드시 보호해야 합니다. 아울러 전 과정에 걸쳐 채권자의 알 권리와 참여권을 적극 보장함으로써 절차적 공정성과 제도의 당위성을 확보하는 것 또한「채무자회생법」의 핵심 과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인터뷰란 김나영·
김지효·유지안 기자·
김연재·신예화·한연수·
홍시아 수습기자>
